PER이 가장 낮을 때 오히려 위험한 주식이 있다
PER 3배. 지금 이익을 3년만 유지하면 시가총액만큼 벌 수 있다는 뜻처럼 보입니다. 같은 업종의 다른 기업은 PER 10배인데 이 회사만 3배라면 저평가라는 확신은 더 강해집니다.
하지만 시장에서 오래 살아남으려면 낮은 PER을 발견했을 때 기뻐하기보다 먼저 의심할 줄 알아야 합니다. PER의 분모에는 미래 이익이 아니라 최근에 벌어들인 이익이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오늘의 이익이 정점이라면 가장 낮은 PER이 오히려 가장 비싼 가격을 가리킬 수 있습니다.
PER 3배로 샀는데 주가가 반 토막 나는 계산
한 경기민감 기업의 주가가 3만 원이고 주당순이익이 1만 원이라고 해보겠습니다. PER은 3배입니다. 숫자만 보면 매우 싸 보입니다.
그해에는 제품 가격이 급등했고 공장은 완전 가동됐습니다. 경쟁사의 증설 물량은 아직 시장에 나오지 않아 회사는 평소보다 훨씬 높은 이익을 냈습니다.
다음 해 제품 가격이 정상화되고 주당순이익이 1만 원에서 2,000원으로 감소합니다. 주가가 그대로 3만 원이라면 PER은 15배가 됩니다. 시장이 정상 이익에 PER 9배만 적용해도 적정 주가는 1만8,000원이 됩니다.
PER 3배에서 샀는데 주가는 40% 하락하고, 하락한 뒤의 PER은 오히려 9배로 높아집니다. 처음의 낮은 PER이 저평가를 뜻한 것이 아니라 이익이 비정상적으로 높았다는 신호였던 셈입니다.
해운 운임, 원자재 가격, 메모리 가격처럼 업황에 따라 이익이 크게 움직이는 산업에서 이런 착시가 자주 발생합니다. 주가는 이익이 줄어든 뒤 하락하는 것이 아니라 초과이익이 끝날 가능성을 먼저 반영합니다.
저PER 주식은 세 종류로 나눠야 한다
PER이 낮은 기업을 한 바구니에 담으면 안 됩니다. 같은 PER 5배라도 낮아진 이유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시장이 놓친 진짜 저평가입니다. 제품 구성 개선, 시장점유율 상승, 장기계약으로 이익이 구조적으로 늘었는데 시장이 과거의 낮은 평가를 그대로 적용하고 있는 경우입니다. 이익의 지속성을 확인할 수 있다면 기회가 됩니다.
두 번째는 사이클 고점의 착시입니다. 제품 가격과 가동률이 동시에 최고 수준이라 최근 이익이 비정상적으로 커진 상태입니다. PER은 가장 낮지만 다음 해 이익 감소 가능성은 가장 높습니다.
세 번째는 사업 자체가 줄어드는 가치 함정입니다. 산업 수요가 감소하거나 기술 변화로 경쟁력을 잃어 시장이 미래 이익에 낮은 가격을 붙인 경우입니다. 현재 이익이 유지된다는 가정으로는 싸지만, 분모인 이익이 계속 줄면 PER은 아무런 보호막이 되지 못합니다.
낮은 PER은 결론이 아니라 시장이 왜 낮은 가격을 붙였는지 설명하라는 질문입니다.
최근 이익 대신 정상 이익을 추정하라
사이클 기업을 분석할 때 나는 최근 1년 이익을 그대로 사용하지 않습니다. 최소한 한 번의 호황과 불황을 포함한 5~10년의 매출총이익률과 영업이익률 범위를 확인합니다.
평균 영업이익률이 7%였던 기업이 최근 제품 가격 급등으로 20%의 이익률을 기록했다면 20%를 기준으로 기업가치를 계산해서는 안 됩니다. 반대로 불황기에 영업이익률이 1%까지 내려갔다고 해서 그 수치가 영원히 지속된다고 가정해서도 안 됩니다.
생산능력과 정상 가동률, 평균 판매가격, 원재료비를 기준으로 중간 수준의 이익을 다시 계산해야 합니다. 여기에 순현금이나 순차입금, 불황기에 필요한 유지보수 투자비까지 반영하면 최근 PER보다 현실적인 가격이 보입니다.
업종이 다른 기업의 PER을 단순 비교하는 것도 위험합니다. 부채와 자본 구조, 이익 변동성, 필요한 설비투자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PER 8배의 금융회사와 PER 15배의 소프트웨어 회사를 숫자만으로 비교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진짜 싼 주식은 이익이 내려가도 싼가
매수 전에 현재 이익을 20%, 40%, 60% 낮춰 다시 PER을 계산해보면 착시를 줄일 수 있습니다. 이익이 정상 수준으로 돌아가도 가격이 매력적이고 재무구조가 버틸 수 있다면 안전마진이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반대로 지금의 사상 최대 이익이 유지돼야만 싸게 보이는 주식이라면 이미 좋은 미래를 전부 가정한 가격입니다. 낮은 PER 하나에 의지할 것이 아니라 이익의 원천과 지속 기간, 업계 증설, 제품 가격의 방향을 함께 봐야 합니다.
싼 주식은 PER이 낮은 주식이 아닙니다. 기대가 낮게 반영돼 있지만 실제 이익은 그 기대보다 오래 유지될 기업입니다. 숫자가 낮다는 사실보다 그 숫자가 낮아진 이유를 이해할 때 저평가와 함정을 구분할 수 있습니다.




댓글 0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